
외관 설명
붉은 색의 니트 스웨터를 입고, 검은 반바지를 착용했다. 스웨터의 소매는 손등을 완전히 덮고도 약간 길었고, 신장 때문에 무릎에 한참 못 미치는 하얀 니삭스에 주황빛이 도는 갈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밑창의 고무가 옅은 녹빛을 띄어 마음에 든다며 검은 로퍼 따위 대신 신은 탓에 색감이 시야에 거슬리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단정한 이미지였다. 170cm에서 조금 모자라는 키와 시원시원하게 뻗은 팔다리 덕분에 아이들 사이에서도 제법 튀는 모습이었다.
기타 설정
제이콥은 말수가 제법 적은 편이었다. 보육원에서 지낸 것은 꽤 되었지만, 워낙 무뚝뚝하고 사납게 생긴 탓에 처음 제이콥과 마주한 아이들이 그를 무서워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아이들의 첫인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면이 있었다. 분명 제이콥은 조용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실행에 옮겼고, 그 태도가 확실하고 강단이 있었다. 그런 면이 어린 아이들에게는 조금 무섭게 다가올 수는 있었지만, 아주 가끔 보이는 미소나 친절함은 정 반대로 한없이 든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사라진 빌리 노팅험과는 제법 가까운 사이인 것으로 보였는데, 보육원에 남은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는 빌리에게 조차 형으로 보일 정도로 의젓하고 세심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아주 예전부터 제이콥을 봐 온 아이들이라면 그의 성격이 처음부터 이러지는 않았음을 알 것이다. 네 번째 생일을 일 주일 앞 두고 세인트 노팅험에 도착한 제이콥은 매우 까다로운 아이였고, 모난 언행 탓에 여기저기 싸움을 일으켜 혼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열 한 번째 생일을 기점으로 유독 성장통을 심하게 겪는 바람에 얼굴을 비추지 못하던 제이콥은, 어느 날 문득 의젓한 지금의 모습으로 아이들의 곁에 돌아와 있었다.
제이콥은 사교적이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사랑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놀기보다는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였다. 물론, 뛰놀지 않는다고 해서 활발한 아이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제이콥은 기꺼이 보육원의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즐겼고, 또 좋아했다.
제이콥이 좋아하는 것은 봄이면 꽃, 가을이면 낙엽이나 나뭇가지 따위를 가지고 그럴싸한 장식을 만드는 일이었다. 길게 뻗은 고운 손은 악기를 다루기 좋아보이긴 했지만, 제이콥은 그것보다는 제 손 끝에서 만들어지는 동물 모양이나 풀꽃으로 엮은 반지 따위를 더 좋아했다. 도시에선 이런 것을 하기 어려웠을테지만, 보육원 내에 화단 따위가 있어 다행이었다.
한편, 어린 시절의 제이콥은 성가대의 일원으로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기도 했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들어줄만한 실력이었다. 그러나 변성기가 찾아오는 지금은, 그는 성가대 근처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면서도 유독 요즘은 시간이 날 적 마다 기도를 드리곤 했다. 그 내용은 아무도 몰랐지만, 제이콥이 틈만 나면 예배당에 가는 것과 그 안에선 아무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많은 아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제이콥 | 14 | M
관계란

분명 이 보육원에서 자신이 어른처럼, 아이들을 챙기는 것이 당연한데. 루트 레드포드가 온 뒤로부터는 애매한 상황이 매번 벌어지곤 했다.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며 잔소리를 달고 다니는 귀찮은 애. 첫 인상은 분명 그랬고, 어쩐지 둘이 의견이 맞지 않을 때면 오히려 둘이 다투느라 상황이 뒷전 되기 마련이었다. 딱히 싫은 건 아닌데, 어쩐지 매번 티격태격 대는 것은 사실이었다. 사실 이 번에 일기장을 덥석 잡아 읽은 것도, 상황이 답답한 것도 있지만 이유의 8할은 루트 레드포드가 읽으면 안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하, 약오르지?
루트 레드포드
비슷한 시기에 세인트 노팅험에 들어와, 신물 나게 싸우느라 바람 잘 들 날 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미운 정이라는 게 참 무섭게도, 두 사람은 금세 친해지기도 했다. 물론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는 아니지만, 장난기라곤 하나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만큼은 제법 장난스레 굴기도 했다. 대부분의 경우 흑역사를 들먹이며 앤드리아가 놀리면, 제이콥이 울컥해서 주변의 책 한 권을 집어 던지는 정도. 나중에 크면 어떻게 할지, 그런 고민을 함께 공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본인도 답을 못 내는 걸 어떡해. 적당히 농담으로 웃고 넘길 밖에.
앤드리아 삭스